프로젝트 소개 · 2026년 개요에서
프로젝트
Playing Heaven은 인간이 신의 권능을 대신 행사한다는 의미의 영어 표현 playing God, 곧 “신 노릇하기”를 신유학적 맥락에 맞추어 변주한 제목이다. 이 프로젝트는 사상 학파와 문학 운동, 번역 사업, 몸을 매개로 한 수련 전통을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역사적 형성물로 바라본다.
역사적 형성물
근세 동아시아의 지적 삶은 오늘날 그것을 연구하는 학문 분과의 구획에 따라 나뉘어 존재하지 않았다. 주희 朱熹(1130–1200)를 숭상한 학자도 소식 蘇軾(1037–1101)의 문체를 본떠 산문과 시를 짓고, 역사적 선례가 지닌 권위를 논하며, 시와 회화를 품평하고, 의학적·종교적·윤리적·미학적 수련법에 따라 몸과 마음을 닦았을 수 있다.
철학과 문학, 종교, 역사, 미학, 신체적 실천은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여러 층위에서 포개지는 배움의 장을 이루었다. 그 경계 또한 학문적 소속과 후원 관계, 관직 경력, 텍스트의 유통 방식,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평가 기준에 맞추어 끊임없이 이동했다. 따라서 후대에 전승된 학파나 전통의 명칭은 처음부터 명확한 경계를 지닌 안정된 실체로 간주할 수 없다. 오히려 그러한 이름이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 부여되고 받아들여졌는지를 설명해야 할 역사적 주장으로 다루어야 한다.
이 연구가 던지는 중심 질문은 역사적 행위자들이 어떠한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하나의 학파나 운동으로 식별될 만한 형성체를 만들어냈는가 하는 것이다. 그들은 책을 읽고 베끼고 다시 간행했으며, 학문적 계보를 구성하고, 문헌을 번역하고, 권위 있는 문체와 형식을 모방했다. 동시에 경쟁 관계에 있던 다른 전통의 사상을 필요에 따라 선별적으로 끌어와 자신의 언어와 실천 속에 다시 배치했다. 신유학 지식인들은 불교와 도교의 가르침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배척하면서도, 그 전통에서 발전한 어휘와 명상법, 우주론적 사고, 미적 감각을 계속 빌려 쓰곤 했다.
유통과 전유
이러한 교섭은 평온하거나 대등한 문화 교류의 장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첨예한 논쟁과 평판 훼손의 위험, 배척, 제도적 경쟁이 뒤따르는 조건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바로 이러한 긴장과 차용의 과정이 후대에 각각 일관된 전통으로 보이게 된 유교·불교·도교의 모습을 형성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역사적 과정을 복원하려면 한문이 지닌 폭넓은 언어적·문체적 스펙트럼을 살펴야 한다. 아울러 지적 계보가 후대의 관점에서 소급적으로 구성되는 방식, 세밀한 독해에서 출발해 근거 있는 일반화로 나아가는 과정, 그리고 당대인들이 반드시 하나의 이름이나 범주로 묶지 않았던 지식과 취향, 감수성이 사람과 텍스트 사이를 오가며 유통된 양상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상은 원래의 모습 그대로 온전히 이동하지 않았다. 어떤 요소는 선택되어 다른 지역과 시대에 전해졌고, 다른 요소는 걸러지거나 새로운 맥락에 맞추어 변형되었다. 권위 있는 문체와 형식도 그대로 복제된 것이 아니라, 모방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치적·제도적 환경에 맞추어 달라졌다. 비공식적인 교유 집단이 시간이 지나면서 공인된 학파에 버금가는 응집력과 실체를 얻게 된 경우도 있었지만, 어떤 공동체는 후대에 기억될 이름조차 얻지 못한 채 흩어졌다.
가슴속의 완성된 대나무
이 제목은 송대의 문인 소식이 화가 문동을 두고 “가슴속에 이미 완성된 대나무가 있다”(成竹於胸中)고 찬미한 글에서 착안했다. 이 표현은 단순히 완성될 그림의 모습을 화가가 미리 머릿속에 그려두었다는 뜻에 그치지 않는다. 소식의 설명에 따르면 문동은 싹이 트고 무성하게 자라다가 시들고 다시 돋아나는 대나무의 전 생애와 변화의 이치를 온전히 몸에 익혔다. 그랬기에 그의 붓은 매 순간 달라지는 형세에 민첩하게 대응하면서도, 눈앞의 대상을 기계적으로 베끼는 데 머물지 않을 수 있었다.
소식이 강조한 바는 대나무의 마디와 잎을 하나씩 조립하듯 덧붙여서는 그 생동하는 형상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먼저 대나무 전체의 형상과 생리를 하나의 유기적 통일체로 파악한 다음, 마음속의 이해와 손의 움직임이 어긋나지 않을 만큼 빠르고도 절제된 필치로 이를 화면 위에 실현해야 했다. 내면에서 파악한 이치와 외부로 드러나는 실행이 서로 갈라지는 순간 예술은 생명력을 잃는다.
바로 이것이 Playing Heaven이 풀고자 하는 과제다. 역사가가 마주하는 과거는 완결된 전체로 남아 있지 않다. 과거는 서로 다른 시기와 장소에 흩어져 있고, 우연과 선택에 따라 불균등하게 전해진 흔적들로부터 복원된다. 한 문헌에 남은 교리적 주장, 다른 글에서 발견되는 문체의 모방, 훗날의 기록에 보존된 정치적 연계, 이중언어 판본에 남은 번역가의 선택, 시구 속에 스며든 미적 판단, 혹은 당대에는 느슨한 인연에 지나지 않았지만 후대에 이르러 정식 계보로 격상된 관계가 모두 그러한 흔적에 해당한다. 인간 연구자는 이러한 흔적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읽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자료가 여러 장르와 언어, 지역과 세대를 가로질러 광범하게 흩어져 있을 때, 그 모든 조각을 동시에 시야 안에 붙들어두고 서로의 관계를 비교하기란 지극히 어렵다.
방법에 앞서는 역사학적 질문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본 프로젝트는 수행하려는 작업의 성격에 따라 트랜스포머 기반 기계학습, 트랜스포머 이전 세대의 기계학습, 규칙 기반 방법을 유연하게 조합한 분야 특화형 복합 AI 시스템을 개발한다. 시스템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는 서로 다른 역사 연구의 작업을 담당한다. 여기에는 문헌의 전사와 번역, 개체명 인식, 서로 다르게 기록된 인물이나 장소가 동일한 대상을 가리키는지 판별하는 개체 동일성 확인, 자료 검색과 새로운 연관성의 탐색, 역사서술의 비교, 그리고 여러 문헌에서 얻은 결과를 종합하는 고차원적 해석 작업이 포함된다. 이러한 작업에는 독점 모델과 공개 가중치 모델을 함께 활용하며, 벡터 임베딩과 지식 증류를 비롯한 다양한 계산 기법도 목적에 맞추어 적용한다. 이 연구 환경에서 가장 우선되는 것은 사료비판과 각 세부분야의 전문성이다.
연구 작업
수행하려는 작업의 성격에 따라 트랜스포머 기반 기계학습, 트랜스포머 이전 세대의 기계학습, 규칙 기반 방법을 유연하게 조합한 분야 특화형 복합 AI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는 서로 다른 역사 연구의 작업을 담당한다. 무엇을 자료로 선정할지,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구조화할지, 어떤 계산 방법을 선택할지, 가능한 해석의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역사학적 질문에 따라 결정된다.
- i
전사
목판본과 필사본의 만주어·한문 광학문자인식. 전사된 모든 단위는 이미지 좌표를 유지한다.
- ii
번역
만주어, 한문, 한국어, 영어 사이의 역사적 맥락을 반영한 번역. 원문은 번역문 곁에 남는다.
- iii
개체명 인식과 동일성 확인
서로 다르게 기록된 인물·장소·관직이 동일한 대상을 가리키는지 판별하며, 판별의 근거를 보존한다.
- iv
검색과 탐색
벡터 임베딩과 규칙 기반 지표로 장르·언어·세대를 가로지르는 친연성과 기록의 공백을 찾는다.
- v
역사서술의 비교
2차 연구도 같은 방식으로 증류하여, 역사서술의 논증을 관련 1차 자료의 원문과 증류된 형태 양쪽에 연결한다.
- vi
고차원적 해석
단락 → 글 → 잠정적 프로필. 각 층위는 아래 층위를 인용하며, 진술과 추론은 구별된 채 남는다.